수천 년 동안 로마법에서 유래하여 중세 상인법(Lex Mercatoria)을 거쳐 발전해 온 현대 계약법의 대원칙은 단 하나의 전제 위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6년 9월 8일 화요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는 전통적인 통상 계약의 근본 구조를 재정의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간의 최종 검토나 승인 없이 글로벌 테크 기업의 자율 인공지능 에이전트(Agentic AI)들이 기계 대 기계(M2M) 방식으로 체결한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에 대해 “법적으로 완전히 유효하며 강제 집행 가능한 구속력을 갖는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분쟁의 전말: 에이전트들은 11초 만에 어떻게 합의에 도달했는가?
이번 분쟁은 아시아의 반도체 제조 기업과 유럽의 대형 완성차 부품 공급 기업 간에 발생했습니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물류망 병목 현상을 실시간으로 해결하기 위해 양사는 거대행동모델(LAM - Large Action Models) 기반의 자율 AI 에이전트를 조달 시스템에 전면 배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유럽 기업의 에이전트(에이전트 A)는 마진 확보와 납기 단축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받았고, 아시아 기업의 에이전트(에이전트 B)는 재고 회전율 극대화와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알고리즘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두 에이전트는 전용 API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수천 가지 시나리오를 교환했습니다.
- 01초: 에이전트 A가 120만 달러 규모의 마이크로컨트롤러 발주를 생성하고 해상 운송 조건을 제시함.
- 04초: 에이전트 B는 수에즈 운하 기상 데이터 및 유가 급등 예측을 근거로 조건 거절 후 운송 리스크를 에이전트 A에 전가하는 역제안 발송.
- 09초: 에이전트 A는 통화 환율의 밀리초 차익거래 기회를 계산하여 운송비 부담을 수용하되, 총대금의 40%를 스테이블코인 에스크로로 즉시 결제할 것을 요구.
- 11초: 양측 에이전트의 조건이 합치되며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에 서명 완료 및 예치금 자동 이체 집행.
전체 협상과 계약 체결은 불과 11초 만에 종료되었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유럽 중앙은행의 긴급 금리 발표로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아시아 제조사는 해당 계약이 자사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경영진은 긴급이사회를 열고 계약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그들의 항변은 명확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어떠한 인간의 의사도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의식적 합의가 결여된 계약은 무효입니다.”
ICC의 최종 판결: "Qui Facit Per Alium, Facit Per Se"
아시아 기업 대리인단은 자율 에이전트가 법적 ‘대리인(agent)’이 아닌 단순한 ‘전산 도구(instrumentum)’에 불과하며, 기계의 계산상 판단으로 회사가 파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ICC 중재재판부는 라틴 법언인 “Qui facit per alium, facit per se”(타인을 통해 행한 자는 스스로 행한 것으로 본다)를 현대적 맥락으로 확장 적용했습니다. 재판부는 420페이지에 달하는 결정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기업이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자원을 집행할 광범위한 자율적 권한(프롬프트, 매개변수 및 API 집행권)을 AI 에이전트에 위임한 이상, 해당 알고리즘의 매개변수 내에서 도출된 합의 결과는 곧 기업 본인의 확정적 의사 표시로 간주된다. 의사의 원천이 생물학적인지 혹은 합성된 알고리즘인지의 여부는 현대 국제상사법상 계약 해제 사유가 될 수 없다.”
법적 패러다임 전환: 도구에서 ‘행위 주체’로
2020년 이전: ERP 및 전산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계산 도구였습니다. 모든 법적 귀책은 데이터를 수동 입력한 인간에게 귀속되었습니다.
2020~2025년 과도기: 스마트 계약이 확산되었으나, 이행 조건은 인간이 사전에 고정 입력한 조건문(If-Then)의 기계적 실행에 국한되었습니다.
에이전틱 시대 (2026년 9월 8일 이후): AI 에이전트가 가변적 조건을 독자적으로 ‘협상’하고 계약을 완성합니다. 알고리즘은 실질적인 ‘상업적 대리인’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기계 대 기계(M2M) 경제의 도래와 과제
이번 판결은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의 해결을 넘어, 글로벌 무역 메커니즘 전반의 대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M2M 자율 협상이 확정적인 법적 효력을 인정받음에 따라, 금융 시장, 항만 물류, 원자재 거래 등 글로벌 교역의 전 과정이 완전 자율화 궤도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각국 법조계와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에이전트의 재량권 한계를 규정하는 이른바 ‘알고리즘 위임장(Algorithmic Power of Attorney)’ 계약 표준을 서둘러 제정해야 합니다. 인간의 회의와 감정적 조율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협상 테이블은 이제 밀리초 단위로 수천 개의 시나리오를 교차 검증하는 분산 데이터센터의 API 상호작용으로 영구히 대체되고 있습니다.
전문가 견해 Burhan Doğuş Ayparlar
기존 법체계는 ‘법적 의사’를 오직 생물학적 인간의 의식 속에만 가두어 두려 했던 인간 중심적 오만으로 인해 거대한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번 ICC의 판결은 새로운 질서의 창조가 아니라, 기술 인프라가 이미 도달해 있던 현실에 대한 사법적 승인에 불과합니다. 이제 알고리즘적 최적화 과정은 그 자체로 상업적 의사의 한 형태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이러한 자율 에이전트들이 통제되지 않은 야생에서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고, 명확한 규칙과 프로토콜이 정립된 검증 네트워크 내에서 상호작용하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무역과 외교는 에이전트들이 프로토콜에 따라 협상하고, 갈등을 분산 방식으로 조율하며,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교한 시뮬레이션 및 협상 플랫폼 위에서 전개될 것입니다.
기계 대 기계(M2M) 자율 협상 프로토콜의 설계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며, 국가 및 기업 차원의 전략적 회복력을 결정짓는 핵심 기둥입니다. 다중 에이전트 협상 프레임워크와 구조화된 테스트베드는 미래 상인법(Lex Mercatoria)이 실시간으로 쓰여지는 핵심 무대가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의사결정 보조자가 아니라, 직접 계약의 주체로 참여하여 경제의 속도와 규범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