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순회항소법원은 무엇을 판단했나

미국 연방제3순회항소법원은 2026년 9월 29일 Thomson Reuters Enterprise Centre GmbH v. ROSS Intelligence Inc.(No. 25-2153) 사건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레스트레포, 몽고메리-리브스, 보브 판사로 구성되었고, 2026년 6월 11일 변론을 거쳐 몽고메리-리브스 판사가 의견을 집필했습니다. 사건은 종국판결 전의 중간상소(interlocutory appeal)로 올라왔습니다.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은 두 가지 질문을 상급심에 회부했습니다. 웨스트로(Westlaw)의 헤드노트(판결 요지)와 키넘버 체계가 법적으로 창작성을 갖는지, 그리고 로스(ROSS)의 헤드노트 이용이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입니다. 항소법원은 헤드노트에 대해서는 톰슨 로이터의 손을 들어주었고, 로스가 다투지 않은 키넘버 체계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이용 문제에서는 로스에게 불리하게 판단하여, 로스가 헤드노트 2,243건을 침해했고 그 이용은 공정이용이 아니라는 부분 약식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별개의견이나 반대의견은 없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을 평범한 사건으로 읽어 달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로스의 주장대로라면 이 사건은 "AI 법률 기술의 미래에 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저작권 사건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판단의 근거도 창작성에 관한 Feist, 이용 목적에 관한 Warhol, 시장 영향에 관한 Campbell 등 기존 판례입니다. 사건은 남은 쟁점과 손해배상 심리를 위해 델라웨어로 돌아갑니다. 남은 쟁점에는 일부 헤드노트의 보호기간 만료 여부와 나머지 헤드노트, 키넘버 체계 등이 포함됩니다.

사실관계도 중요합니다. 로스는 생성형 AI가 아니었습니다. 이용자가 일상 언어로 법률 질문을 입력하면 약 1,000만 건의 판결문 중 관련 구절을 찾아 보여 주는 검색 도구였습니다. 학습 자료를 만들기 위해 로스는 리걸이즈(LegalEase)라는 업체에 약 2만 5,000건의 학습용 메모를 의뢰했습니다. 메모 작성자들은 질문을 만드는 "쉬운 방법"으로 웨스트로 헤드노트 수천 건을 이용했습니다. 2025년 2월 11일 비바스 판사의 1심 판결에 따르면, 로스는 사전에 톰슨 로이터에 라이선스를 요청했다가 경쟁사라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로스는 웨스트로와 직접 비교하는 광고를 냈고, 가격도 웨스트로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메모마다 법률 질문 하나와 판결 구절 4~6개가 실렸고, 각 구절에는 '매우 좋음', '좋음', '관련 있음', '무관함' 중 하나의 표시가 붙었습니다. '매우 좋음'으로 표시된 답은 대개 웨스트로가 해당 헤드노트에 연결해 둔 판결 구절이었습니다. 로스 측 변호인은 메모의 80%를 학습에, 20%를 검증에 썼다고 확인했으므로 사실상 전부가 사용된 셈입니다. 비바스 판사는 로스 측 감정인조차 헤드노트와 매우 비슷하다고 인정한 2,830건을 하나씩 검토했습니다. 질문, 헤드노트, 판결 원문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 뒤, 합리적인 배심원이라면 다르게 판단할 수 없는 2,243건에 대해서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항소심에서 로스는 외주 업체의 행위가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점과 헤드노트가 복제되었다는 점을 다투지 않았습니다.

창작성: 헤드노트는 왜 보호되는가

Feist 판결에 따르면 창작성의 문턱은 "매우 낮습니다". 항소법원은 2,243건의 헤드노트 모두에 "약간의 창작적 불꽃"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편집자들이 어떤 법리가 중요한지를 고르고, 이를 웨스트로의 작성 기준에 맞춰 표현했으며, 판결문 없이도 이해되도록 다듬었다는 점이 근거였습니다. 헤드노트를 보호하면 법에 대한 독점이 생긴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짧게 답했습니다. "헤드노트는 법이 아니다. 판결이 법이다." 하나의 법리를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므로 아이디어와 표현의 합체(merger) 법리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렉시스(Lexis)의 모회사 RELX는 법정조언자(amicus curiae) 의견서에서 같은 판결에 대해 자신들은 다른 헤드노트를 작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판결 편찬자의 헤드노트 저작권을 인정한 1888년 Callaghan v. Myers 판결과, 법적 효력을 가진 말을 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쓴 설명 자료는 보호될 수 있다고 본 2020년 Georgia v. Public.Resource.Org 판결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로스가 원용한 제2순회항소법원의 Matthew Bender v. West(1998)는 업계 관행에 따라 정해지는 병행 인용 표기 같은 부가 정보에 관한 사건이었고, 그 판결도 헤드노트는 "독자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판결문을 그대로 옮긴 헤드노트의 창작성 문제는 각주 5에서 판단하지 않고 남겨 두었습니다. 한편 각주 10은 헤드노트 하나하나가 독립된 저작물이라고 확인했는데, 이 점은 제3요소 판단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제1요소: 같은 목적, 그리고 '중간 복제' 항변의 한계

법원은 Warhol 판결에 따라 목적의 차이와 상업성을 함께 저울질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헤드노트를 "이용자가 관련 법률 자료를 찾도록 돕는 법률 검색 플랫폼을 만들고 최적화하는" 데 썼습니다. AI 학습이라는 중간 단계가 있다는 점은 "약간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로스의 이용은 "기껏해야 최소한으로 변형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로스가 원용한 Authors Guild v. Google(Google Books 사건)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Google Books는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기능을 했고, 이용자를 원래 책으로 이끌 수도 있었습니다. 반면 로스는 스스로 인정했듯이 웨스트로를 대체하려 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다른 사건에 가장 많이 인용될 부분은 중간 복제 항변에 대한 답변입니다. 로스는 Google v. Oracle, Sega, Connectix 판결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항소법원은 이 판결들이 모두 '필요성'에 기초한다고 보았습니다. 보호되지 않는 기능적 요소에 접근하고 호환성을 확보하려면 코드 복제가 불가피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로스는 판결문을 자유롭게 복제할 수 있었는데도 헤드노트가 "쉽다"는 이유로 그것을 택했습니다. 법원은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필요성과 달리, 편리함은 복제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각주 8은 한 가지 차이를 더 짚습니다. Oracle 사건에서 복제된 자바 인터페이스는 프로그래머들이 익숙하다는 데서 가치가 나왔지만, 웨스트로 헤드노트는 "남들이 복제한다고 해서 가치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심의 비바스 판사는 중간 복제 판결들이 기능적인 컴퓨터 코드에 관한 것이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항소법원은 코드와 텍스트의 구별보다 필요성 기준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대상에 따른 기준이었다면 다른 사건에서 쉽게 구별할 수 있었겠지만, 필요성 기준은 어떤 학습 데이터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각주 9는 로스가 투자자인 로펌의 계정을 쓰거나 신분을 숨긴 계정으로 웨스트로에 접속하는 등 "때때로 악의적으로 행동했다"는 다툼 없는 증거를 열거했습니다. 선의가 여전히 고려된다면 이 점은 공정이용에 불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제2요소와 제3요소: 항소법원이 더 나아간 부분

헤드노트는 공표되었고 "허구적이라기보다 사실적"이므로 제2요소는 로스에게 "약간" 유리했습니다. 차이가 생긴 것은 제3요소입니다. 1심은 로스의 이용자가 헤드노트를 전혀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제3요소를 로스에게 유리하게 보았습니다. 항소법원은 반대로 복제 시점에 "필요한 것 이상을 가져갔는지"를 물었습니다. 판결문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므로 헤드노트 복제는 "로스의 AI를 학습시키는 데 필요하지도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로스는 2,800만 건 중 0.08%만 가져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헤드노트 하나하나가 독립된 저작물이므로 "가져간 헤드노트마다 저작물 전체를 복제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출력이 아니라 학습 단계의 복제를 기준으로 판단한 이 접근은 AI 개발자에게 불리합니다. 다만 강하게 변형적인 목적이 있는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열려 있습니다.

참고로, 이 부분에는 로스가 "웨스트로가 작성한 헤드노트 2만 5,000건"을 복제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런데 판결의 다른 곳에서 2만 5,000은 메모의 수로 쓰였고, 판단 대상은 헤드노트 2,243건입니다. 두 숫자가 섞인 것으로 보이며, 결론이 이 숫자에 좌우되지는 않습니다.

제4요소: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학습 데이터 시장

로스는 헤드노트만 따로 파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저작권법이 시장뿐 아니라 저작물의 '가치'도 보호한다고 보았고, 영화 예고편에 관한 자신의 선례 Video Pipeline v. Buena Vista(2003)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톰슨 로이터는 헤드노트를 웨스트로 구독을 파는 데 활용하는데, 로스가 그 가치를 가져가 웨스트로의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법률 검색 플랫폼 시장도 관련 시장으로 보았습니다. 대체 도구를 만들기 위해 헤드노트를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복제하면 그 시장에서 웨스트로가 피해를 입는데, 로스는 이를 반박할 증거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가장 많이 인용될 부분은 2차적 시장에 관한 판단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인정했습니다.

  • "헤드노트를 AI 학습용 텍스트로 라이선스하는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었습니다.
  • 톰슨 로이터는 자사 AI 검색 제품의 학습에 헤드노트를 쓰고 있었습니다.
  • "톰슨 로이터가 헤드노트를 다른 회사에 라이선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시장의 존재를 반증하지는 않는다."

로스는 허락 없이 헤드노트를 학습에 써서 톰슨 로이터가 "그 2차적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것입니다. 1심의 비바스 판사는 더 직설적으로 "AI 학습 데이터의 잠재적 시장에 미치는 영향만으로 충분하다"고 썼습니다. 공익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은 원래 무료이고 로스는 웨스트로 수준의 요금을 받았으므로, 법에 대한 접근성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불분명하다"고 보았습니다. AI 발전이 멈출 것이라는 주장에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국가안보 주장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다른 사건에서는 그런 우려를 제기했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AI가 들어갔다고 해서 저작권법을 위반할 "백지수표"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제2요소만 약간 공정이용에 유리했고, 제1·3·4요소는 불리했습니다.

각주 7: 생성형 AI에 대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각주 7은 미국 법무부가 2026년 9월 1일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의 In re: OpenAI 사건(No. 1:25-md-3143)에 제출한 이해관계 진술서를 언급합니다. 항소법원의 요약에 따르면 법무부는 Bartz v. Anthropic을 근거로 "독창적인 응답을 생성할 수 있는" 대형언어모델의 학습은 변형적이며 "대체적 경쟁"을 낳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법원은 이 우려가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로스의 플랫폼은 "독창적 표현을 생성할 수 없고", 웨스트로를 대체하려고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법무부가 이 사건에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은 생성형 AI 학습이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생성형 AI 학습이 공정이용이라고 인정한 것도 아니며, 필요성과 학습 데이터 시장에 관한 일반론을 생성형 AI에서 배제하지도 않았습니다.

Bartz, Kadrey, OpenAI 사건에 주는 의미

이 판결은 제3순회구(델라웨어,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만 선례로서 구속력을 가집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생성형 AI 사건에서는 설득력 있는 참고 판례에 그칩니다. 그래도 AI 학습과 공정이용에 관한 첫 연방항소법원 판결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무게가 있습니다.

  • Bartz v. Anthropic(2025년 6월 23일)은 도서를 이용한 학습을 "매우 변형적"이라고 보아 공정이용으로 인정했습니다. 반면 해적판으로 영구적인 도서관을 만든 행위는 공정이용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학습용 라이선스 시장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이 저자에게 보장하는 시장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후 사건은 15억 달러에 화해했으며, 미국작가조합(Authors Guild)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2026년 7월 20일 화해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 Kadrey v. Meta(2025년 6월 25일)는 13명 저자의 학습 관련 청구에 대해 메타의 부분 약식판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변형적 이용에 대한 라이선스료 상실은 순환논리가 되므로 손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이 판결이 메타의 이용을 적법하다고 본 것이 아니며, "이 원고들이 잘못된 주장을 했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AI가 만든 작품이 시장을 뒤덮어 원저작물의 수요를 잠식하는 시장 희석(market dilution)을 승산 있는 논거로 제시했습니다.

라이선스 시장을 둘러싼 긴장은 보기보다 좁습니다. Kadrey는 변형적 이용의 경우에만 라이선스료 손해를 배제했습니다. 제3순회항소법원은 이용이 최소한으로만 변형적이라고 판단한 뒤에 학습 데이터 시장을 고려했습니다. 다만 순환논리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았고 표현도 일반적이어서, 권리자들은 이 판결을 적극적으로 원용할 것입니다. 개발자들은 대규모 말뭉치가 언어 패턴 학습에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고, 권리자들은 라이선스된 대안이 있었다고 맞설 것입니다. 해적판을 택한 경우에는 "편리함은 정당화 사유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Concord v. Anthropic 사건에서는 사건 추적 매체에 따르면 2026년 10월 21일 약식판결 심리가 예정되어 있으나, 일정은 바뀔 수 있습니다.

판결에 대한 가장 유력한 반론

첫째, 창작성이 헤드노트별로 판단되지 않고 일괄적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웨스트로의 작성 기준 자체가 편집자에게 원칙적으로 "법원의 표현을 따르라"고 요구하는데도, 법원은 편집 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근거로 2,243건을 한꺼번에 판단했습니다. 둘째, 필요성 기준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학습 데이터는 비용을 더 들이면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바스 판사도 톰슨 로이터가 만든 것 가운데 로스가 "스스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비판하는 쪽은 이를 만들 수만 있다면 직접 만들라는 규칙으로 볼 것이고, 지지하는 쪽은 그것이 바로 저작권법이 직접 경쟁자에게 요구하는 바라고 답할 것입니다. 셋째, '법률 자료 검색'이라는 높은 추상 수준에서 목적을 비교하면 Google Books와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구별 기준은 대체 여부입니다. 넷째, 권리자가 라이선스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 쓴다는 이유만으로 학습 시장을 인정하면 순환논리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직접 경쟁자, 거절된 라이선스, 대체 제품이라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는 결론이 타당합니다. 반론이 의미를 갖는 것은 이 논리를 다른 사건으로 확장할 때입니다.

유럽과의 비교: DSM 지침 제4조와 AI법

EU는 유연한 항변 대신 개별 예외 규정을 둡니다. 디지털단일시장 저작권 지침(2019/790) 제4조는 적법하게 접근한 저작물에 대한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을 허용하되, 권리자가 "기계 판독 가능한 수단 등 적절한 방식으로" 이용을 유보하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AI법 제53조 제1항 (c)·(d)는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저작권 준수 정책과 학습 데이터 요약 공개를 요구합니다. 로스와 같은 사건이 EU에서 일어났다면 다른 경로를 거쳐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유럽사법재판소는 Infopaq(C-5/08) 사건에서 저작자 자신의 지적 창작물이라면 11개 단어로 된 발췌문도 보호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편집자의 헤드노트는 이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고, 데이터베이스 자체도 데이터베이스 지침(96/9/EC)의 독자적 권리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TDM 예외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이 헤드노트를 고쳐 쓴 행위는 "자동화된 분석"이 아닙니다. 구독형 데이터베이스는 계약에 따라 접근하며, 상업 출판사라면 권리를 유보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지침 제7조 제2항은 정보사회 지침 제5조 제5항의 3단계 테스트를 적용하지만, 미국처럼 공익과 시장 영향을 종합적으로 저울질하는 일반 조항은 없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판결 당일인 2026년 9월 29일 기술과 저작권에 관한 의견수렴을 시작했으며, 마감은 11월 3일입니다.

튀르키예: 공정이용도 TDM 예외도 없고, 법안은 반대 방향

튀르키예의 「지적·예술저작물법」(FSEK, 제5846호) 제31조는 공식적으로 공표된 법령과 법원 판결의 자유이용을 허용합니다. 그러나 판결 요약은 저작자의 개성(hususiyet)이 드러나면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습니다(제1/B조, 제6조 제1항 제9호). 이 개성 요건은 Feist의 기준보다 엄격하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이중으로 보호됩니다. 하나는 편집저작물로서의 보호(제6조 제1항 제11호)이고, 다른 하나는 2004년 EU 데이터베이스 지침을 본떠 도입한 제작자의 독자적 권리(추가조항 제8조, Ek Madde 8)입니다. 후자는 내용의 전부나 상당 부분을 다른 매체로 옮기는 행위를 15년간 금지할 수 있게 합니다. 공정이용 조항은 없고, 제한 규정은 열거되어 있으며, 그중 자동 분석이나 AI 학습을 위한 규정은 없습니다. 제22조는 일시적 복제도 복제로 정의합니다. 침해는 제71조에 따른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상법(TTK) 제55조 제1항 (c)호 3목은 타인의 시장 출시 준비가 된 성과물을 자기 기여 없이 기술적 복제 수단으로 가져다 쓰는 행위를 부정경쟁으로 봅니다. 이 조항은 사람이 고쳐 쓴 로스 사건보다는 경쟁 데이터베이스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경우에 더 잘 들어맞습니다. 판결문에 담긴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KVKK, 제6698호)도 별도로 적용됩니다. 판결을 공개한 주체는 정보주체가 아니라 법원이므로, '정보주체 스스로 공개한 정보'라는 처리 근거(제5조 제2항 (d)호)가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튀르키예 법원은 로스 사건과 같은 사실관계에서 여러 요소를 저울질하지 않습니다. 요약에 개성이 있는지, 보호되는 데이터베이스의 상당 부분이 옮겨졌는지, 열거된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물을 뿐입니다.

입법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할릴 외즈튀르크 의원(크르칼레)이 2026년 3월 11일 자로 제출한 법안(의안번호 2/3634)은 여러 조항과 함께 FSEK에 제42/D조를 신설하려 합니다. 튀르키예에서 제공되는 AI 시스템의 학습·개발·미세조정을 위한 저작물 이용을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라이선스"의 대상으로 하고, 단일 공동 라이선스 단체가 확대된 집중관리 방식으로 이를 운영하는 내용입니다. 권리자는 탈퇴할 수 있습니다. 이 법안은 국민교육·문화·청소년·스포츠위원회에 회부되었지만 심의된 기록은 찾지 못했습니다. 2026년 8월 18일 관보에 게재된 대통령 지침(Genelge) 제2026/9호에 따른 「튀르키예 AI 행동계획(2026~2030)」은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를 다루지 않습니다.

한국: 개방형 공정이용 조항과 시장을 중시하는 대법원

한국은 미국과 EU의 중간에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35조의5(2011년 제35조의3으로 신설, 2019년 이동)는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이용을 허용하며,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와 거의 같은 네 가지 고려 요소를 둡니다. 대법원은 2024. 7. 11. 선고 2021다272001 판결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험문제를 제한 없이 게시한 행위를 공정이용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 근거로 사용료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장래 개발될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는 통상적인 시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시장도 고려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제3순회항소법원의 판단과 같은 방향입니다.

한국 저작권법도 법원의 판결을 보호하지 않고(제7조),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게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에 관한 권리를 부여합니다(제93조). TDM 면책 규정은 아직 없습니다. 정보분석을 위한 복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2021년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등 앞선 법안들은 2024년 5월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6년 2월 26일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를 발간했지만, 유권해석이 아닌 참고자료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공개된 요약에 따르면 안내서는 상업적 목적이나 웹 크롤링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정이용을 배제하지 않고 네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제4요소에서는 이용이 현재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시장의 수요를 대체하는지, 이용허락 기회를 훼손하는지 등을 고려합니다. 2026년 3월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저작권법 개정과, 뉴스·도서·음악처럼 거래 시장이 형성된 분야에서의 옵트아웃 활성화를 포함한 제도 정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아직 입법된 것은 없습니다.

한국의 리걸테크 기업에게 로스 판결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른 사업자의 판례 요약이나 분류 체계로 모델을 학습시킨 경쟁사를 상대로 한국 법원이 제35조의5를 적용한다면, 제3순회항소법원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장래 형성될 시장을 인정한 자국 대법원 판례도 함께 원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이른바 성과도용 조항도 별도의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해야 할 일

  • 원자료와 편집 계층을 구분하십시오. 판결과 법령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출판사가 덧붙인 요약, 분류, 주석은 그렇지 않습니다.
  • 경쟁사의 편집물을 라벨링 지름길로 쓰지 마십시오. 로스 사건의 침해는 크롤링이 아니라 작성자들이 헤드노트를 "쉬운 방법"으로 쓴 데서 생겼습니다. 외주 업체의 행위도 회사의 책임이 됩니다.
  • 편의가 아니라 필요성을 기록하십시오. 보호되는 자료가 왜 필요했고 공개 자료로는 왜 부족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접근 조건을 지키십시오. 빌린 계정이나 신분을 숨긴 계정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 라이선스 활동은 증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개발사 자신의 라이선스 계약이 나중에 시장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 판결을 과대해석하지 마십시오. 이 판결은 생성형 AI 학습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 로스의 연방대법원 상고허가 신청 여부. 2026년 10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로스 측 변호인은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신청서가 제출된 것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 델라웨어에서 진행될 남은 쟁점과 손해배상 심리.
  • In re OpenAI와 Concord v. Anthropic의 약식판결이 필요성 기준과 라이선스 시장 판단을 따를지 여부.
  • 11월 3일 마감되는 EU 의견수렴, 튀르키예 법안 2/3634의 심의 여부, 한국의 TDM·옵트아웃 입법 방향.

자주 묻는 질문

법원이 저작물로 AI를 학습시키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나요?

아닙니다. 원저작물과 직접 경쟁하는 비생성형 도구를 학습시키기 위해 이 헤드노트들을 복제한 이 사건 피고의 행위가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생성형 AI는 각주 7에서 명시적으로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중간 복제 항변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요?

법원은 기존 판례를 기능적 요소에 접근하기 위해 복제가 '필요했던' 사건으로 보았습니다. 로스는 무료로 쓸 수 있는 판결문으로 학습할 수 있었는데도 편리하다는 이유로 헤드노트를 택했습니다.

권리자가 라이선스한 적이 없는 시장도 고려되나요?

제3순회항소법원은 그렇다고 보았습니다.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었고, 권리자가 자사 제품의 학습에 헤드노트를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법원도 2024년 판결에서 장래 형성될 개연성이 있는 시장을 고려했습니다.

튀르키예에서도 결론이 같았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논리 구조는 다릅니다. 튀르키예에는 공정이용도 TDM 예외도 없으므로, 요약의 개성 요건,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 부정경쟁이 쟁점이 됩니다.

부르한 도우쉬 아이파를라르의 견해

이 섹션은 본 사이트의 설립자인 튀르키예 변호사 부르한 도우쉬 아이파를라르의 개인적인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

언론은 이 판결을 AI와 공정이용에 관한 첫 항소심 판결로 소개하지만, 법원은 그런 식으로 읽히지 않도록 무척 애썼습니다. 직접 경쟁자, 거절된 라이선스, 경쟁사의 요약을 보고 작성한 학습 메모, 신분을 숨긴 계정까지, 피고에게 이보다 불리하기 어려운 사실관계였습니다. 이 사실관계에서는 결론이 옳다고 봅니다.

오래 남을 것은 두 가지 논리입니다. 하나는 중간 복제를 '필요성'의 문제로 본 것입니다. 이제 모든 학습 사건에서 질문은 해당 자료가 정말 필요했는지, 아니면 그저 편리했는지로 바뀝니다. 다른 하나는 권리자가 아직 진입하지 않은 학습 데이터 시장을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이 이 판단을 최소한으로만 변형적인 이용에 한정한다고 명시했다면 순환논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튀르키예에 이 판결은 거울과 같습니다. 미국 법원은 요소들을 저울질할 수 있지만, 튀르키예 법원에는 저울질할 대상이 없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보호되는 튀르키예 콘텐츠로 허락 없이 상업적 학습을 하면 거의 언제나 침해가 됩니다. 그래서 소송보다 입법이 더 중요합니다. 현재 유일한 법안은 모든 학습을 단일 단체를 통한 라이선스로 묶으려 합니다. 권리자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는 타당하지만, 연구 목적 예외도 옵트아웃형 상업 예외도 없는 라이선스 일변도의 제도는 튀르키예의 대학과 스타트업을 유럽보다 불리한 처지에 둘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2004년 데이터베이스 보호를 도입할 때처럼 EU의 구조를 따르는 편이 낫습니다. 연구용 TDM 예외, 기계 판독 가능한 유보를 조건으로 하는 상업용 TDM 예외, 투명성 의무, 권리를 유보한 이들을 위한 집중관리, 그리고 판결문 학습에 따르는 개인정보 문제에 대한 별도의 해법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미국은 이 문제를 판례로 풀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입법으로 답해야 하며, 현재 상태를 그대로 두기보다 의식적인 선택으로 답해야 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법률 자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2026년 9월 29일 제3순회항소법원 판결(No. 25-2153), 2025년 2월 11일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판결(No. 1:20-cv-613-SB), Bartz v. Anthropic(2025. 6. 23.)과 Kadrey v. Meta(2025. 6. 25.) 결정, FSEK·TTK·법안 2/3634의 원문, 대법원 2021다272001 판결 및 한국 저작권법을 작성일 기준으로 참고했습니다. 미국 법무부 진술서에 관한 설명은 항소법원 판결 각주 7에 따른 것입니다. 판결은 처음에 비공개로 선고된 뒤 공개되었으며, 이 글은 법원 웹사이트에 게시된 공개본을 기준으로 합니다. 로스의 상고 의사, Bartz 화해의 최종 승인일, Concord 사건의 심리 일정과 한국의 정책 동향은 언론 보도에 근거하며 바뀔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EU·한국·미국 법에 관한 설명은 일반적인 내용으로, 구체적 사안은 개별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분석과 평가는 필자의 견해입니다.